순천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순천은 갯벌과 갈대가 만든 습지,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 그리고 초가지붕이 남은 옛 마을까지 서로 다른 풍경이 한 시 안에 고루 흩어져 있는 도시입니다. 순천만습지는 짱뚱어와 흑두루미가 사는 살아있는 갯벌이고, 바로 옆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시 하나를 정원으로 통째로 꾸며놓은 자리입니다. 원도심으로 넘어오면 옛 서울 골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촬영장과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조선시대 성벽 안에 사람이 실제로 사는 낙안읍성과 천년 넘은 고찰 송광사, 선암사가 산자락에 자리합니다. 습지와 정원만 본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낙안읍성과 조계산 자락까지 넣는다면 1박 2일은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권역은 넷으로 나눠 보면 동선이 잡힙니다. 순천만습지·국가정원은 습지와 정원, 그 사이를 잇는 스카이큐브와 와온해변까지 묶은 권역으로 순천 여행의 첫날을 채우기 좋습니다. 원도심·드라마촬영장·신시가지는 향교와 재래시장이 있는 옛 시가지부터 드라마촬영장, 조례호수공원과 카페거리가 모인 새 시가지까지 아우르는 넓은 권역으로 식사와 카페 선택지가 가장 많습니다. 낙안읍성은 시내에서 삼십 분 남짓 떨어진 성곽 마을로 반나절 코스로 따로 잡는 편이 낫고, 조계산·송광사·선암사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절이 자리한 권역이라 두 절을 하루에 모두 보려면 이동 시간을 넉넉히 둬야 합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뼈대가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습지에서 갈대를 보고 용산전망대에서 노을을 기다린 뒤, 저녁엔 원도심 카페거리로 넘어오는 하루가 잘 맞습니다. 친구끼리라면 드라마촬영장에서 사진을 찍고 웃장 국밥골목이나 신시가지 맛집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재미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국가정원의 넓은 잔디밭과 그림책도서관, 조례호수공원처럼 뛰어놀 공간이 있는 곳을 섞어 주세요. 부모님을 모신다면 낙안읍성과 향교처럼 옛 정취가 있는 곳을 축으로 잡고, 꼬막정식이나 한정식으로 든든한 한 끼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혼자라면 선암사까지 걸어 승선교를 보고 다반사에서 차 한잔 마시는 반나절도 충분합니다.
순천은 명소 사이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 자차로 움직이는 편이 가장 편합니다. 습지와 국가정원, 원도심은 시내버스도 다니지만 배차 간격이 넓어 여러 곳을 하루에 묶으려면 자차나 택시가 한결 수월합니다. 낙안읍성과 조계산 자락은 시내에서 더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이 뜸해 자차 이동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습지와 국가정원 사이는 스카이큐브로도 오갈 수 있어 굳이 차를 옮기지 않아도 되고, 원도심 안에서는 향교와 시장, 문화의거리가 걸어서 닿는 거리라 뚜벅이로도 충분합니다.
계절로 보면 3월 말 선암사 고매화가 필 때부터 국가정원 봄꽃까지 이어지는 봄이 걷기 가장 좋고, 여름엔 와온과 화포 해변으로 더위를 식히는 편이 낫습니다. 가을은 순천만 갈대가 절정을 이루고 국가정원 국화 전시와 조계산 단풍까지 겹쳐 순천에서 볼거리가 가장 많은 계절이고, 겨울엔 습지에 흑두루미가 찾아와 다른 계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겨울 낙안읍성은 눈 덮인 초가지붕이 볼만하고, 원도심 국밥골목에서 몸을 녹이며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