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남해는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로 육지와 이어진 섬 고장입니다. 스스로를 보물섬이라 부르는데, 막상 가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비탈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이 바다까지 흘러내리고, 금산 절벽에는 보리암이 매달리듯 서 있으며, 지족해협에서는 대나무 발로 멸치를 잡는 죽방렴이 수백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돌아와 정착한 독일마을,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전투를 치른 노량 바다까지 더해져 풍경과 역사가 한 섬 안에 촘촘히 들어 있습니다. 섬 둘레가 생각보다 넓어 당일치기로는 절반도 보기 어렵고,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권역을 나눠 도는 편이 알찹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누면 동선이 깔끔합니다. 남해읍·노량은 읍내 전통시장과 유배문학관, 남해대교 옆 남해각과 이순신순국공원, 양떼목장까지 섬 북서쪽을 묶은 권역입니다. 삼동·독일마을은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 물건리방조어부림이 걸어서 이어지고 물미해안도로 전망대와 편백휴양림이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창선·지족은 죽방렴과 멸치쌈밥 노포가 모인 지족에서 창선도를 따라 올라가 고사리밭길과 창선삼천포대교까지 닿는 동쪽 권역입니다. 남면·다랭이마을은 가천다랭이마을과 섬이정원, 사촌해수욕장이 있는 남서쪽 해안이고, 상주·금산·미조는 보리암과 상주은모래비치, 설리스카이워크와 미조항을 품은 남쪽 끝 권역입니다.
동행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오전에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을 걷고 오후에는 섬이정원을 거쳐 다랭이마을이나 설리스카이워크에서 노을을 보는 하루가 잘 어울립니다. 친구끼리라면 지족에서 멸치회무침을 먹고 저녁에는 독일마을에서 소시지에 맥주를 곁들이는 식으로 먹는 재미를 중심에 두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양모리학교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고 상주은모래비치의 얕은 물에서 놀게 하는 일정이 반응이 좋습니다. 부모님을 모신다면 보리암과 이순신순국공원, 충렬사처럼 의미가 있는 곳을 축으로 삼고, 혼자라면 남해바래길 한 구간을 걷고 돌창고 같은 카페에서 쉬는 느린 여행을 권합니다.
이동은 자차가 기본입니다. 남해공용터미널에서 각 면으로 가는 농어촌버스가 있긴 하지만 하루 운행 횟수가 적어 명소 몇 곳을 이어 붙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섬 북쪽 노량에서 남쪽 미조항까지 차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니 하루에 두 권역 정도만 묶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보리암은 복곡 쪽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구간이 있어 주말에는 대기 시간을 감안해야 하고, 다랭이마을과 독일마을도 성수기 주말 오후에는 주차장 진입부터 밀립니다. 물미해안도로와 남면해안도로는 달리는 것 자체가 볼거리라 중간중간 전망 쉼터에 차를 세워 가며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계절로 보면 봄이 가장 화사합니다. 4월 무렵 다랭이마을과 두모마을 논에 유채가 번지고, 지족과 미조에는 살 오른 봄 멸치가 들어와 멸치회무침과 쌈밥이 제맛을 냅니다. 여름에는 상주은모래비치와 송정솔바람해변이 해수욕객으로 붐비고, 편백휴양림 숲길이 더위를 피하기 좋습니다. 가을에는 10월 초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열려 섬 전체가 가장 떠들썩해지고, 보리암 오르는 길도 선선해 걷기 편합니다. 겨울은 한산하지만 새해 보리암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새벽 산길이 붐비고, 갈치와 생선회가 맛있는 철이라 미조항 식당가가 제 몫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