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포항은 철강도시라는 인상과 달리 막상 가보면 바다를 끼고 사는 도시라는 게 먼저 느껴집니다. 영일대해수욕장과 환호공원은 시내에서 차로 십 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 퇴근길에 노을을 보러 나오는 주민들이 많고, 바다 위로 뻗은 영일대 해상누각이나 철제 구조물이 하늘로 휘어지는 스페이스워크처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도 도심 바로 옆에 모여 있습니다.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일제강점기 가옥이 그대로 남은 구룡포와, 한반도 동쪽 끝을 상징하는 거대한 손 조형물이 서 있는 호미곶이 이어지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칠포와 월포 같은 한적한 해변과 보경사·내연산의 깊은 숲이 기다립니다. 바다와 어촌, 산사가 한 도시 안에 고루 섞여 있어 하루하루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눠 생각하면 동선이 잡힙니다. 영일대·송도·운하 권역은 시내 한복판으로 해수욕장과 운하, 죽도시장이 모여 있어 숙소를 잡기도 좋고 포항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 알맞습니다. 구룡포·호미곶 권역은 과메기와 근대 가옥거리, 해맞이 명소가 모인 남쪽 해안으로 포항다운 정취가 가장 짙게 남은 곳입니다. 오어사·연오랑세오녀·동해 권역은 시내와 구룡포 사이에 끼어 있어 두 권역을 오가는 길에 절이나 바닷가 공원에 잠깐 들르기 좋습니다. 칠포·월포·흥해 해변 권역은 서핑과 캠핑으로 알려진 북부 해변이고, 보경사·내연산·화진 권역은 천년 고찰과 열두 폭포가 이어지는 산속 자연 권역입니다. 시내에서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삼사십 분씩 떨어져 있어 하루에 다 돌기보다 권역별로 나눠 다니는 편이 여유 있습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코스가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해 질 무렵 영일대 해상누각을 걷고 이어서 호미곶에서 일출을 보는 하루 이틀 코스가 잘 어울리고, 친구끼리라면 구룡포에서 모리국수와 과메기를 먹고 근대문화거리를 사진으로 남기는 당일 코스가 재미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스페이스워크와 호미곶 트릭아트벽화처럼 몸으로 체험하는 곳을 섞어 주고, 부모님을 모신다면 보경사와 내연산처럼 숲이 우거진 사찰 권역을 천천히 걷는 일정이 편안합니다. 혼자 여행한다면 오어사와 운제산산림욕장을 거쳐 북부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코스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포항은 권역 사이 거리가 멀어 자차나 렌터카로 움직이는 편이 가장 편합니다. 시내버스가 구룡포와 호미곶까지도 다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하루에 여러 권역을 묶으려면 대중교통만으로는 빠듯하고, 특히 보경사·내연산 권역과 북부 해변은 자차 없이는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시내 안에서는 영일대와 환호공원, 죽도시장 정도가 걸어서나 버스로 오가기 수월한 편입니다. KTX 포항역은 시내 북쪽에 있어 기차로 도착한 뒤 렌터카를 빌리는 여행자도 많습니다.
계절로 보면 봄에는 보경사와 내연산의 신록, 기청산식물원의 봄꽃이 걷기 좋고, 여름에는 칠포와 월포, 영일대 같은 해변이 본격적으로 붐빕니다. 가을은 내연산 단풍과 구룡포 근대거리 산책이 가장 선선하게 어울리는 계절이고, 겨울에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새해 일출을 보러 오는 인파가 몰리면서 동시에 구룡포 과메기가 제철을 맞습니다. 바닷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해안 쪽 일정에는 계절과 무관하게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