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부여는 백제가 도읍을 사비로 옮긴 538년부터 멸망할 때까지 120여 년 동안 수도였던 도시입니다. 백마강이라 불리는 금강이 읍내의 서쪽과 북쪽을 감싸 흐르고, 그 안쪽에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부소산성, 능산리 왕릉원과 나성 같은 유적이 모여 있어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도시가 작고 한적해서 유적 사이사이에 연잎밥과 막국수 같은 소박한 음식점, 옛 건물을 고친 찻집이 끼어 있고, 짧은 거리를 걸으며 고도의 분위기를 느끼는 여행이 부여다운 방식입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누면 편합니다. 정림사지·궁남지·시내는 읍내 한가운데에서 석탑과 연못, 부여시장과 먹거리가 걸어서 이어지는 중심 권역이고, 남쪽 임천의 성흥산성 사랑나무와 대조사도 이쪽에 묶었습니다. 부소산성·구드래·백마강은 부소산성에서 낙화암과 고란사를 지나 강가 구드래 나루터로 내려오는 동선과 막국수, 한정식집이 모인 권역입니다. 박물관·능산리·왕릉원은 국립부여박물관과 왕릉원, 나성이 읍내 동쪽으로 한 줄에 놓인 곳입니다. 규암·백제문화단지·자온길은 강 건너편으로 사비궁을 재현한 단지와 옛 나루 골목, 아울렛이 있고, 외산·무량사·홍산은 읍내에서 차로 이십오 분쯤 서쪽으로 가야 하는 산사와 조선 관아 권역입니다.
연인이라면 해 질 녘 궁남지 연못을 걷고 정림사지 석탑 조명을 보는 저녁이 가장 잘 어울리고, 이튿날 자온길 골목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좋습니다. 친구끼리라면 부소산성을 오른 뒤 장원막국수나 시골통닭 같은 노포 식당을 도는 일정이 알맞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국립부여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백제문화단지, 황포돛배를 묶어 보세요. 부모님과는 걷기 편한 왕릉원 잔디밭과 무량사 숲길, 상차림이 편안한 한정식이 무난합니다. 혼자라면 읍내 유적을 천천히 걷고 백마강을 바라보며 쉬는 하루로 충분합니다.
부여에는 기차역이 없어 서울과 대전 같은 도시에서는 시외·고속버스를 타고 읍내 터미널로 들어갑니다. 정림사지와 궁남지, 부소산성 입구는 서로 이삼 킬로미터 안이라 걸어서도 돌 수 있지만, 왕릉원과 규암, 백제문화단지는 시내버스 간격이 길고 무량사와 홍산까지는 사실상 자차나 택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두 권역만 고르고, 외산 쪽은 반나절을 따로 잡는 편이 덜 고단합니다. 박물관과 전시관은 월요일에 쉬는 곳이 많으니 일정표를 짤 때 요일을 먼저 확인하세요.
계절로는 7월 초 궁남지 서동연꽃축제와 저녁 야간경관이 가장 화려하고, 10월 말에서 11월 초에는 같은 궁남지에서 국화 행사가 열립니다. 가을에는 백제문화제가 열리며 행사장은 해마다 달라지고, 성흥산성 사랑나무의 단풍도 볼만합니다. 봄에는 부소산성 숲길이 연해지고, 겨울은 해가 짧아 박물관과 한정식 식당 위주로 구성하면 알찹니다. 행사 일정과 야간 개장 시간은 해마다 달라지니 출발 전에 공식 안내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