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대전은 오랫동안 기차를 갈아타는 도시로만 여겨졌지만, 요즘은 일부러 내려서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지가 됐습니다. KTX가 서는 대전역 바로 앞에 중앙시장과 성심당 본점, 옛 철도 관사가 남은 소제동이 모여 있어 역에서 내리자마자 걸어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1993년 엑스포를 치른 과학 도시답게 한빛탑과 국립중앙과학관, 카이스트 같은 볼거리가 있고, 도시 동쪽으로는 대청호의 넓은 물가가, 남쪽으로는 보문산과 식장산이 둘러싸고 있어 도심과 자연이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누면 동선이 깔끔해집니다. 원도심·대전역은 성심당 본점과 으능정이 스카이로드, 중앙시장과 소제동, 테미오래와 대동하늘공원이 걸어서 이어지는 여행의 출발점이고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 노포도 이곳에 몰려 있습니다. 둔산·엑스포는 한빛탑과 엑스포다리, 한밭수목원과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국립중앙과학관이 한 구역에 붙어 있어 하루를 통째로 쓰기 좋습니다. 유성온천·카이스트는 노천 족욕장과 유림공원, 시민천문대, 수통골과 현충원을 묶는 서쪽 권역이고, 대청호·계족산은 황톳길과 산성, 호숫가 명상정원과 대청댐 아래 공원을 차로 도는 근교 권역입니다. 보문산·오월드는 동물원과 놀이공원, 뿌리공원, 보리밥 골목과 식장산 야경을 모은 남쪽 권역입니다.
동행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면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연인이라면 성심당에서 빵을 고르고 소제동 골목을 걸은 뒤 해 질 무렵 엑스포다리와 한빛탑 야경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무난하고, 친구끼리는 중앙시장과 칼국수집, 스카이로드를 잇는 원도심 먹방 코스가 재미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국립중앙과학관과 대전오월드, 대청호자연생태관처럼 몸으로 체험하는 곳을 하루씩 배치해 주세요. 부모님을 모신다면 유성온천 족욕장과 현충원, 대청호 드라이브와 보리밥 한 상이 잘 맞고, 혼자라면 이응노미술관과 한밭수목원을 천천히 걷고 로스터리 카페에서 쉬어 가는 하루를 추천합니다.
이동은 지하철 1호선이 대전역과 원도심, 정부청사, 유성온천역을 한 줄로 이어 줘서 원도심과 둔산, 유성 사이는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합니다. 엑스포과학공원은 정부청사역이나 유성온천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한 번 더 이동해야 하고, 공영자전거 타슈를 빌려 갑천변을 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대청호와 계족산, 식장산 전망대는 버스 배차가 길거나 아예 차로만 오를 수 있어 이 권역을 넣는 날에는 렌터카나 택시를 함께 계획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계절로 보면 봄에는 4월 초 테미공원과 카이스트 캠퍼스에 벚꽃이 피고 5월 계족산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 행사가 열립니다. 여름에는 8월 원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리고 한빛탑 앞 음악분수가 밤마다 사람을 모으며, 한낮 더위는 과학관과 아쿠아리움으로 피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가을은 유림공원 국화 전시와 현충원 단풍, 대청호 억새가 좋은 시기이고, 겨울에는 유성온천 족욕장에서 몸을 녹이거나 연말 성심당 케이크 행렬을 구경하는 것도 대전다운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