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거제는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있어 배를 타지 않고 들어갑니다. 통영 쪽에서는 견내량 위 다리로, 부산 쪽에서는 바다 밑 터널을 지나는 거가대교로 닿는데 어느 쪽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처음 만나는 풍경이 다릅니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만이 하나씩 나타나고, 그 만마다 몽돌 해변이나 포구, 조선소가 들어앉아 있습니다. 남쪽 끝에는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 같은 절경이, 앞바다에는 외도와 지심도 같은 섬 속의 섬이 있으며, 섬 한복판에는 한국전쟁 포로수용소 터가 남아 있어 풍경과 역사를 번갈아 보게 됩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누면 동선이 잡힙니다. 고현·옥포 시내는 터미널과 시장, 숙소가 모인 생활 중심지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옥포해전 기념공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장승포·지세포·구조라는 외도와 지심도, 내도로 가는 배가 뜨는 동쪽 해안이고 게장백반과 해물뚝배기 골목도 이쪽입니다. 학동·해금강·남부는 몽돌해변과 케이블카, 바람의 언덕, 여차홍포 해안도로가 이어지는 거제 관광의 중심 무대입니다. 거제면·둔덕·사등은 정글돔과 굴구이, 옛 산성과 시인의 생가가 있는 조용한 서쪽이며, 장목·하청·칠천도는 매미성과 대숲, 거가대교 야경을 보는 북쪽 끝입니다. 권역 사이는 차로 30분에서 50분씩 걸리니 하루에 두 권역 정도만 묶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고를 곳이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걷고 외도 보타니아에 다녀온 뒤 해안 카페에서 쉬는 일정이 무난하고, 친구끼리라면 매미성에서 근포땅굴까지 사진 명소를 따라 섬을 종단하는 당일 코스가 재미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정글돔과 숲소리공원, 조선해양문화관처럼 날씨를 덜 타는 곳에 구조라해수욕장을 더하고, 부모님을 모신다면 걷는 양이 적은 해금강 유람선과 케이블카, 옥포대첩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짜면 편안합니다. 혼자라면 지심도나 내도처럼 배로 들어가 두어 시간 걷는 섬이 잘 맞습니다.
섬이 넓고 명소가 해안을 따라 흩어져 있어 자차나 렌터카가 사실상 필요합니다. 시내버스가 고현과 장승포, 학동, 해금강을 잇기는 하지만 배차가 뜸해 하루에 두세 곳 이상 돌기 어렵습니다. 외도와 지심도, 내도, 해금강은 모두 배를 타야 하고 승선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니 일행 모두 챙겨야 합니다. 바람이 세면 결항하므로 배 일정은 여행 첫날에 넣어 두고 날씨에 따라 뒤로 미룰 여지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로 보면 봄에는 지심도 동백과 공곶이 수선화가, 초여름에는 지세포진성 라벤더와 남부 해안도로 수국이 차례로 핍니다. 여름은 해수욕장과 유람선의 계절이고 가을은 전망대 시야가 가장 맑습니다. 겨울에는 외포항 대구와 거제만 굴이 제철을 맞아 먹는 즐거움이 커지고, 추운 날에는 정글돔 온실이 좋은 피난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