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제주는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지만, 내리는 순간 공기부터 달라지는 섬입니다. 검은 현무암 돌담이 밭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삼백예순 개가 넘는 오름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성산일출봉의 아침, 협재의 노을, 중산간 숲길의 초록, 저녁 흑돼지 불판까지 하루 안에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다는 점이 제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다만 섬이 생각보다 커서 한 바퀴 해안도로만 200km가 넘습니다. 욕심내서 동서를 오가면 차 안에서 시간을 다 쓰게 되니, 하루에 한 권역씩 묶어 도는 계획이 결국 가장 많이 보는 방법입니다.
권역은 여덟으로 나눠 생각하면 동선이 정리됩니다. 제주시는 공항과 붙어 있어 도착 첫날과 떠나는 날을 채우기 좋고, 동문시장 야시장과 사라봉 노을이 가까이 모여 있습니다. 애월·한림은 한담해안산책로에서 협재 바다와 한림공원까지 이어지는 서쪽 해안이고, 한라산·새별오름은 아르떼뮤지엄과 1100고지, 어리목 탐방로가 묶이는 서쪽 중산간입니다. 중문·안덕은 주상절리와 카멜리아힐, 오설록과 산방산이 한 묶음이고, 서귀포·남원은 폭포 세 곳과 올레시장, 새연교 야경이 걸어서 이어지는 도심형 권역입니다. 성산·섭지코지는 일출봉과 우도가 있는 동쪽 하이라이트, 함덕·구좌는 함덕과 월정리 바다에 만장굴과 비자림이 붙어 있는 북동쪽, 성읍·교래는 사려니숲길과 산굼부리, 따라비오름의 숲과 억새를 담당합니다.
이동은 렌터카가 기본입니다. 공항 인근 렌터카하우스에서 차를 받아 권역 단위로 움직이면 하루에 네다섯 곳을 무리 없이 볼 수 있고, 주차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한 편입니다. 차 없이도 여행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주동로를 도는 201번과 일주서로를 도는 202번 간선버스가 섬을 크게 한 바퀴 잇고, 급행 101번과 102번이 그 위를 빠르게 달립니다. 중문과 서귀포는 공항 리무진 600번이 주요 호텔 앞까지 데려다 줍니다. 대신 배차 간격이 길고 지선버스 환승이 잦으니, 뚜벅이라면 함덕이나 서귀포처럼 걸어서 즐길 거리가 모인 곳에 숙소를 잡고 하루에 두세 곳만 보는 리듬을 권합니다.
동행에 따라 무게중심을 옮겨 보세요. 연인끼리라면 한담해안산책로와 애월 카페거리에서 노을을 보고 월정리 해안도로 카페로 이어지는 코스가 어울립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수심이 얕은 함덕해수욕장과 쇠소깍 투명카약, 만장굴과 아르떼뮤지엄처럼 날씨를 타지 않는 곳을 섞으면 좋습니다. 부모님을 모신다면 평지 산책로가 잘 깔린 한림공원과 비자림, 산굼부리에 고등어쌈밥이나 전복돌솥밥 같은 향토 한 상을 붙이는 편이 편안합니다. 친구들과라면 새별오름과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저녁에 흑돼지에 한잔을, 혼자라면 사려니숲길과 서귀포 골목 카페를 천천히 걷는 일정이 잘 맞습니다.
계절과 날씨는 제주 일정에서 변수가 가장 큽니다. 3~4월에는 성산과 산방산 일대 유채꽃이 절정이고,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는 장마라 실내 대안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7~8월 성수기에는 협재와 함덕 주차장이 아침 열 시면 차고, 10~11월에는 새별오름과 산굼부리의 억새가 가장 좋습니다. 겨울에는 카멜리아힐 동백과 한라산 눈꽃이 이어지지만 바람이 매서워 체감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사계절 내내 바람이 강한 섬이라 모자는 끈이 있는 것으로, 겉옷은 한 겹 더 챙기시고, 항공편은 기상으로 지연될 수 있으니 마지막 날 일정은 공항 근처로 여유 있게 잡아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