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태안은 충남 서쪽 끝에서 바다로 길게 내민 반도로, 해안선을 따라 서른 곳 안팎의 해수욕장과 크고 작은 포구가 이어집니다. 해변 대부분이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들어 있어 솔숲과 모래언덕이 잘 남아 있고, 신두리 해안사구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지형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천리포수목원과 안면도 솔숲, 꽃게와 대하로 차리는 밥상, 수평선으로 해가 떨어지는 낙조까지 더해져 사계절 내내 찾을 이유가 생깁니다. 다만 북쪽 학암포에서 남쪽 영목항까지 차로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릴 만큼 남북으로 길어서, 하루에 한두 권역만 골라 도는 편이 덜 고단합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누면 동선이 또렷해집니다. 태안읍·몽산포는 백화산과 서부시장이 있는 읍내에서 청산수목원과 몽산포 갯벌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권역으로, 향토 음식점이 모여 있습니다. 만리포·천리포·신두리는 반도 북서쪽 바다를 따라 서핑 해변과 수목원, 해안사구가 늘어선 권역입니다. 안흥·신진도·연포는 조선 수군의 성곽과 고려 난파선 전시관, 고깃배 드나드는 포구가 모인 서쪽 끝이고, 백사장항·드르니항·삼봉은 안면도로 들어서는 길목에 대하 포구와 인도교, 공룡 박물관과 빛축제장이 모여 있습니다. 꽃지·영목항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낙조에서 솔숲 휴양림, 섬 남쪽 끝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안면도 중남부 권역입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뼈대가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꽃지해수욕장 낙조를 중심에 두고 운여해변이나 안면암처럼 물때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곳을 하나 더하면 좋습니다. 친구끼리라면 만리포에서 서핑 강습을 받고 신두리식당에서 조개구이로 저녁을 먹는 하루가 잘 맞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몽산포해수욕장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안면도쥬라기박물관과 네이처월드 빛축제로 이어 가 보세요. 부모님을 모신다면 천리포수목원과 안면도자연휴양림처럼 평지 숲길이 있는 곳을 축으로 삼고 게국지나 우럭젓국으로 든든한 한 끼를 곁들이면 됩니다. 혼자라면 신두리 해안사구와 파도리해수욕장을 걷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쉬는 일정도 충분합니다.
태안에는 기차역이 없고 군내버스는 읍내 터미널에서 각 해변으로 하루 몇 차례만 다니기 때문에 자차나 렌터카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이나 해미나들목에서 태안읍까지 삼사십 분, 읍에서 만리포나 안면도 꽃지까지 다시 삼십 분 안팎이 걸립니다. 안면도는 77번 국도 한 줄기에 차가 몰려 여름 주말과 연휴에는 안면대교 앞뒤가 크게 막히니 오전 일찍 들어가거나 평일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영목항에서 원산안면대교와 해저터널을 지나 보령으로 빠져나가는 길도 있어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활용할 만합니다. 그리고 태안 여행에서는 물때표가 지도만큼 중요합니다. 갯벌 체험과 해식동굴, 바닷길은 모두 간조 시각에 맞춰야 하고, 밀물이 시작되면 지체 없이 뭍으로 나와야 합니다.
계절로 보면 봄에는 천리포수목원 목련과 마검포 튤립이 피고 포구마다 알이 찬 꽃게가 들어옵니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이 일제히 문을 열고 청산수목원 연꽃이 한창이며, 가을에는 백사장항 대하와 팜파스, 억새가 여행의 이유가 됩니다. 겨울은 한적하지만 꽃지에서 두 바위 사이로 해가 지는 시기이고, 전시관과 해수 치유 시설처럼 실내에서 보낼 곳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