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여행, 이렇게 다녀오세요
군산은 금강 하구와 서해가 만나는 자리에 앉은 항구도시입니다. 1899년 개항 이후 쌀을 실어 내보내던 항구였던 탓에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은행과 창고, 관사와 사찰이 도심 한복판에 그대로 남았고, 그 건물들 사이에서 오래된 빵집과 짬뽕집이 여전히 문을 엽니다. 도시 안쪽에서는 백 년 전 흔적을 걸어서 훑고, 차로 40분쯤 나가면 방조제 너머로 섬들이 줄지어 이어지는 바다가 열립니다. 원도심만 본다면 하루로도 되고, 섬과 새만금까지 넣으면 1박 2일이 알맞습니다.
권역은 다섯으로 나눠 보면 동선이 쉽게 잡힙니다. 원도심·근대역사는 여행의 중심으로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군산근대건축관, 초원사진관, 동국사, 신흥동 일본식가옥이 반경 1.5km 안에 모여 있어 하루를 통째로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경암동·은파는 성격이 다른 장소가 섞인 권역이라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옛 골목을 보고 은파호수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군산공설시장과 신시가지 식당가에서 끼니를 해결하게 됩니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이 있는 섬 권역으로 다리가 이어져 차로 들어가고, 새만금·비응항은 33km 방조제와 비응항 회센터가 놓인 바닷길 권역입니다. 금강·회현은 금강철새조망대와 채만식문학관, 이영춘가옥이 강을 따라 흩어진 북동쪽의 한산한 지역입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뼈대가 달라집니다. 연인이라면 원도심 골목을 느리게 걷다가 월명공원·수시탑에서 항구 불빛을 보고, 다음 날 고군산군도로 넘어가 바다를 보는 흐름이 잘 맞습니다. 친구끼리라면 복성루와 지린성 같은 짬뽕 노포를 비교해 먹고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사진을 남기는 쪽이 재미있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진포해양테마공원의 야외 전시와 은파호수공원,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처럼 넓고 무료인 곳을 섞어 주세요. 부모님을 모신다면 한일옥과 한주옥처럼 자극이 적고 든든한 식당을 축으로 잡고 걷는 거리를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라면 이성당에서 빵을 사 들고 동국사와 말랭이마을을 천천히 도는 반나절이 남습니다.
이동은 권역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원도심은 박물관에서 사진관, 사찰, 빵집까지 대부분 도보 10분 거리 안에 있어 뚜벅이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고 골목마다 주차가 어려운 만큼 오히려 걷는 편이 편합니다. 다만 군산역은 시내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있어 도착 후 시내버스나 택시로 20분 안팎을 더 들어와야 하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이 원도심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고군산군도와 새만금·비응항은 차가 없으면 일정이 크게 흔들립니다. 시내버스 99번이 비응항을 거쳐 선유도까지 다니지만 배차가 한 시간 남짓이라, 섬까지 계획한다면 렌터카나 택시를 염두에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절로 보면 4월 초 은파호수공원 벚꽃길이 봄의 절정이고, 이 무렵에는 말랭이마을 골목과 월명공원도 가장 환합니다. 여름에는 7월에서 8월 사이 선유도해수욕장이 개장해 물놀이가 가능하지만 한낮 볕이 강하니 오전과 해 질 무렵으로 일정을 몰고 낮에는 박물관 같은 실내로 피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가을은 걷기에 가장 좋은 철이고 10월 무렵 군산시간여행축제가 열리는데 일정은 해마다 달라지니 미리 확인하세요. 겨울에는 금강 하구로 철새가 몰려들어 조망대가 제철을 맞고, 바람이 매서운 대신 원도심 골목과 빵집 순례가 한결 한가합니다.